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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숲의 글 사랑/자작시 - 나의 노래

고개 떨군 더덕화 노래

by 청정숲 2024. 4. 10.

고개 떨군  더덕화 노래
                                              청사  김명수

초봄 어느 날
가슴 설레게 하던 임이 찾아와
먼 길 함께 가지 않겠냐며
그윽한 눈길로 물었다.
 
병풍처럼 에워싼 나무들의 시선
나의 가는 허리 끊어질 듯 숨이 막혀
이 계절은 저에게 주소서, 라는 말 차마 못 해
스치는 실바람에 고개만 저었다.
 
그늘 속 한줄기 햇볕으로
허약한 기지개 켜던 예쁘지 않던 나는,
봄꽃들의 흔한 사랑 노래에도
한눈 한번 팔 수 없어서....
 
더운 여름 지나고 나니
언뜻언뜻 부는 찬 바람으로 다가온 이름
내 그리움은 성실함에 짓눌리고
임의 발길은 이제 다시는 오지 않아.

2012.10. 글/ 리뉴얼 202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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