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나무
*청사 김명수*
그대를 늘 흔들고만 가던 나는,
바보 바람이었네
한 그루 나무로 그 자리에서
언제나 그렇듯 훅_ 불어오는 나를
여린 가지와 이파리 반갑게 흔들면서도
늘 목마른 눈길로 바라만 보던,
너를 모르고
녹음이 우거지던 계절
눅눅한 마파람으로 다가선 날
푸른 잎새 뚝 뚝 떨구는 너를 보며
나의 시절이 아닌 줄로만 알았으니
어느덧 세월은 흘러
소슬바람에 나뭇잎 떨어지던 날
그대 떠난 자리 쓸고 가던 나는
지난날 그대의 눈빛,
공허했던 미소를 반추하며 깨달았다.
그것이 네 가슴앓이였음을
스스로 사랑을 깨닫지 못한 미욱함이
훗날, 고스란히 내 고통이 되었으니
나는 바보 바람이었네
2016.09. 글 / 리뉴얼 202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