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운 차린 입춘 태양이
간직한 스펙트럼으로 따스한 햇살 비추면
겨우 한나절 스쳐 가는 햇볕에도
겨울 강이 풀리듯
우리 움츠렸던 가슴과 등줄기에도
따뜻한 피, 차가운 혈도 따라 흐르고
계절의 길목에 선 우리는 또다시
지난해 이루지 못한 꿈을 소원하게 되지요.
그대여, 새봄에 꿈을 꾸시나요
혹한의 끝자락에 다다르면
찬바람 속에서도 봄을 알리는 매화의 종소리에
엄동에 숨죽인 생명들 모두 깨어나고
겨우 해빙이지만 대양을 향해 흐르는 개여울
생존과 번식의 본능 이루려고
멀고 먼 북회귀선을 날아오는 여름 철새들
모두가 꿈처럼 여기던 현상들이
대자연 속에서는 진즉에 꿈이 아니었지요.
그대여, 사랑의 꿈을 버리지 마세요
시베리아 끝에서 불현듯 사막이 들어서고
어느 한 시절의 오아시스는
캐러밴의 짧은 행렬이 가고 나면 신기루처럼 사라져
생명의 물, 당신은 길을 새도 없었지요
앞선 이들이 순리를 거슬러 밤에 깨어난 삵이 되어
대지의 싹을 모두 베어가고 우리도 그들을 따른다면
반복되는 동토와 사막에서
우리의 추수와 나눔은 요원한 꿈이 아닐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