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숲 2024. 9. 6. 15:17


봄의 미소..........淸詞 김명수


꽃샘바람 아직 시린
양지 녘 담벼락 아래 조그맣게 핀 들꽃
한참을 들여다보던 소녀가
꽃을 손에 쥐고 분홍빛으로 웃는다.

소녀의 얼굴에서 사르라니 꽃이 피고
금세 봄도 피어난다. 봄이다. ​

우중충한 겨우내 속앓이하던 아내와
따사로운 햇볕을 등에 지고 걸었다.
동네 어귀에 탐스럽게 피어난
백매화를 보고 아내가 하얗게 웃는다.

주름진 미소에서 망각의 꽃이 피고
억겁(億劫)의 봄도 피어난다. 봄이다.

2021.03.17. 글 / 리뉴얼 202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