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숲 2024. 8. 13. 13:32

그리움4 ; 인고(忍苦)........淸詞 김명수


그대 떠난 자리에
우두커니 선 채로 나는 나무가 되었다.
아무 데도 오갈 수 없는 나무

그대를 기다리다
아무 바람에나 치맛자락 들치고
찬 서리 비바람에 한두 잎 남기고
옷을 모두 벗어야만 하는
계절의 구속을 벗어나지 못하는 나무

진정 열망하는 것은
천지간을 훨훨 나는 자유로운 바람이건만
오로지 내게 허락되는 것은
햇볕을 느끼는 촉각과 어두운 청각뿐

끝도 없는 이별은 지속되고
그대 발걸음 소리와 해후를 기다리다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는 나는
더욱더 나무가 되고 고목으로 변해간다.

2019.12.06. 글 / 영상리뉴얼 202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