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숲 2024. 8. 6. 12:17

갈잎의 겨울 . . . . . . . 淸詞 김명수



계절을 따라가지 못한 삭은 갈잎
관습과 시류도 거부한 채 홀로 남아
긴긴 겨울밤 나약한 생명의 가지 끝 붙들고
추억을 되새김질하고 있다.

지난 계절
상당한 추파들이 영상처럼 스쳐 갔지만

그래도 가끔은
은근히 유혹하는 상쾌한 바람의 속살거림도
신선함이 충만한 비의 촉촉한 적심도
나른하게 비추던 찬란한 스펙트럼의 햇볕도
모두 다 스치고 지나갈 것이라 여기며
한껏 높다랗게 서서 손사래를 쳤기에
후회 가득한 고독 속에 차디찬 몸 사위어만 간다.


이렇듯 눈보라 속에 홀로 남았지만,
식었던 태양이 봄 따라 슬슬 달궈지면
지난날 속삭이던 바람 다시 불고
홀연히 적셔주던 빗줄기도 다시 찾아오리니
그때, 네 몸이 새순으로 변하거든,

너는 노래 불러라
고독과 북풍한설에도 살아남은 부활의 노래를


2018.01. 글 / 리뉴얼 202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