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의 등불
*청사 김명수*
어수선한 하루를 마치고
어둠이 시커먼 입을 벌릴 때면 돌아와
고단한 삶을 밝혀주는 등을 켜고
나의 작은 화단을 들여다본다
낡은 기름 등의 타는 심지 높이고
가물대는 등불로 자세히 들여다보니
아직 봉오리도 채 패지 않은
채송화 두 그루가 곤히 잠들어 있다
문득 어릴 적의 아버지가 그리워서
아버지.....
밤늦게 돌아와 삼십 촉 등을 켜고
아무렇게나 잠이 든 자식들 뿌듯하게 바라보며
어머니와 두런두런 녹록지 않은 세상 이야기 나누시다
보람찬 가슴 여미고 하루를 눕히셨던
아버지의 넉넉했던 모습에 스스로 부끄러워서
아버지!!
나에게는 한층 더 초라한 모습의 아비가 있다.
2018.01.08. 글 / 리뉴얼 202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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