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島) 청사 김명수
자욱한 안개가 온몸을 옥죄는 날에
나는 긴 침잠에서 벗어나련다.
바람과 파도 편에
가슴에 묻어둔 사연 적어 보내고
조금씩 조금씩 나를 지워가는 이 바다
헤엄쳐서라도 세상으로 가겠다.
그 많은 밤들,
차가운 달빛 아래서 고독에 몸을 떨고
아우성치던 비바람에 얼마나 가슴을 졸였으며
망각 속에 빠져버린 시간은 얼마였던가!
이율배반적인 뭍의 한계가
나를 이곳에 홀로 떨어뜨렸지만,
그것은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이었으니
계절 따라 싹과 꽃을 피우고
내 안에 갖가지 생명들 품었는데
오로지 너만은 나를 모른 체 하려 한다.
이젠, 혼자 엎드려 있지 않고
땀내 나는 세상으로 의연히 가겠다.
2016.09.23. 글 / 리뉴얼 202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