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숲 2024. 7. 2. 16:23


섬 (島) 청사 김명수 자욱한 안개가 온몸을 옥죄는 날에 나는 긴 침잠에서 벗어나련다. 바람과 파도 편에 가슴에 묻어둔 사연 적어 보내고 조금씩 조금씩 나를 지워가는 이 바다 헤엄쳐서라도 세상으로 가겠다. 그 많은 밤들, 차가운 달빛 아래서 고독에 몸을 떨고 아우성치던 비바람에 얼마나 가슴을 졸였으며 망각 속에 빠져버린 시간은 얼마였던가! 이율배반적인 뭍의 한계가 나를 이곳에 홀로 떨어뜨렸지만, 그것은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이었으니 계절 따라 싹과 꽃을 피우고 내 안에 갖가지 생명들 품었는데 오로지 너만은 나를 모른 체 하려 한다. 이젠, 혼자 엎드려 있지 않고 땀내 나는 세상으로 의연히 가겠다. 2016.09.23. 글 / 리뉴얼 202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