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淸詞 김명수
첫사랑,
그것은 할 수만 있다면
다시 그리고 싶은 그림이다.
태어나 처음 스스로 만든 캔버스에
한 점으로 마음을 찍고서
이리저리 발자국 따라 선을 잇고
여러 가지 색을 칠해 보았지만
마음을 도저히 그릴 수 없었다.
캔버스를 하얀 물감으로 지우고
또다시 그리려 부단히 노력하였지만
다시 그릴 수가 없더라
변변히 한번 싸워보지도 못하고
패배한 병사처럼 아프고 또 아팠다.
마주 볼 적마다 가슴 떨려
코스모스꽃 주위만 빙빙 날던 소심한 잠자리처럼
네 고운 향기에 한 발짝 더 다가서지 못하고
고백의 말 한마디도 못 한 채,
분홍빛 청춘은 세상의 색깔로 물들고
하늘이 노랗던 날,
그림 다시는 그릴 수 없음을 깨닫고
글로써 담아놓은 수많은 고백을 태우며
네 시야 밖에서 나는 영원히 죽었다.
2015.08. 글 / 리뉴얼 202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