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숲 2024. 5. 27. 15:19

빗물처럼
                                    淸詞  김명수
                                    
나는 쏟아지는 비가 되어
팔월의 신작로에 힘겹게 선 나무 같은
지친 너를 적셔주고 싶어
 
무성한 고통의 가지들, 업보의 잎새들
어깨에 십자가처럼 지고서
한번 부는 바람에도 이리저리 몰리는 너
 
강풍에 부러질까 혹 뽑힐까 두려워도
번뇌의 가지들 차마 쳐내지 못하는 너기에
이렇게 잔잔한 비가 내리는 날에는
 
빗물처럼, 네 영혼의 동반자 되어
너의 타는 목마름을 해갈 시켜 주고 싶어
넘치거나 모자라지 않게.
 
2014.08. 글 / 리뉴얼 202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