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에게
청사 김명수
본디 시작은 바다가 아니었다.
창공에 오른 허한 영혼들
하늘 문 열지 못하고
무리 지은 한숨들이 얽히고설켜
태어나던 본래의 울음으로
어미의 땅을 두드린다.
너는 나약하니
낮은 곳 찾아서 흙과 함께 가거라
가로막는 높은 벽도 무리로 모이면
타고 넘고, 뚫고서도 갈 수 있단다.
태초에 뭍,
그곳에는 가두는 것만 있을 뿐
어미의 땅에는 아무도 없으니
뭍은 잊고, 낮게 낮게 가고 싶은 곳 찾아서
더 넓은 세상으로 거칠 것 없이 나가라
너는 이제 나약하지 않으며
아무도 잡지 못하고 압박하지 못하리라
다만, 바람은 항상 경계하고
큰일은 같이 도모하지 말 것이며
해일처럼 괴물이 되는 무리의 힘,
남용해서도 아니 됨을 명심하라.
2014.7. 글 / 리뉴얼 202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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