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숲 2024. 5. 5. 18:14


사랑과  인연
                                      淸詞  김명수

낯선 바람으로 다가와 
살을 스치고 혼을 태우던 
그 사랑은 인연이 아니었다.

달콤한 네 입술에 혼미해지는 영혼
부나방 되어 불길 속으로 빠져들고
헤어나기 힘든 사랑으로 불사르지만

잡은 손 놓으면 그만인
꺼지는 포말처럼 허망한 사랑
배신보다도 가혹한 것이 인연인 것을!

너와 내가 눈물 뿌리던 그곳에서 
타오르던 사랑의 불꽃 또한
예감한 이별이었으니

뜨거운 입맞춤도 
피었다 지는 꽃 한 송이일 뿐,
인연 없는 불꽃은 필연으로 사그러들고

타다만 숯덩이 같은 
까만 상처는 옹이 되어
영혼 깊숙한 곳에 하냥 남아있어

2014.04. 글 / 리뉴얼 202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