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숲 2024. 4. 17. 15:27


세습의 발자국 *청사 김명수* 세상 어디라도 넘쳐나는 발자국들 인기척 없이 지났거나, 분주히 널려 있기도 하고, 머나먼 과거에 지나갔어도 어느 것은 죽간 문자처럼 새겨져 아직도 선명한 것이 있지만 얼마 전에 찍혔어도 어느 것은 바람의 흔적처럼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 시름에 빠져 있던 날, 수없이 많은 발자국 속에서 따라 걷지 말라고 젊은 날 들어왔던 오래전 아버지가 남기고 간 발자국을 찾았다. 그것도 천지가 하얀 눈 속에 파묻혀 건곤일색이던 때에 북극성처럼 반짝거리던 아버지의 발자국 내 길을 찾으러 그 발자국 짚어가며 희망과 우려 속에 따라 걸었다. 반짝이던 북극성, 선명하던 발자국은 어느 땐 짐승들 발자국 속에서 사라지기도 하고 물가나 자갈길에서 멈추고 이어지며 고달픈 행군으로 이끌더니 절벽까지 오르고 단애(斷崖) 앞으로 다가섰다. 현기증에 아래를 내려다보니 저 아래 선명하게 남아있는 망부의 발자국 아! 그 길은 아버지만이 갈 수 있는 길이며 의(義)를 외면하고서라도 나 또한 자식에게는 따르지 말라고 가르치고 싶은 길이었다. 2012.12. 글 / 리뉴얼 202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