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숲 2024. 4. 16. 15:40

계절이 바뀌어도........淸詞 김명수


낙엽이 구르는 길목에는
멀어져 간 발자국이 서려 있고
스산한 가을바람 달려가는 그곳에는
뒤돌아보지 않는
모질고 차가운 냉기만 남아있어

그러나, 기억을 한 꺼풀만 벗겨내면
아직도 느껴지는 촉촉한 입술의 온기
난蘭의 은밀한 향 같은
아련한 임의 체취에 빠지다
포말처럼 부서지는 하얀 머릿속

초승달이 만월로 부풀어 오르듯
지우고 지워도 차오르는 그리움은
계절과 세월이 아무리 지나도 다 속절없으니
여물지 못한 내 가슴이
그 영혼과 늘 함께하고 있는 것을.....

2012.11. 글 / 리뉴얼 202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