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숲의 글 사랑/자작시 - 나의 노래

무너지던 봄의 반추(反芻)

청정숲 2024. 4. 1. 15:22



무너지던 봄의 반추 ........ 淸詞 김명수


아무도 없는 신작로에 홀로 서 있던 나를
부질없는 바람만이 흔들고 가던
고비의 야생 낙타 같던 스물두 살 시절

가슴에 활활 타오르던 꿈이
신기루처럼 눈앞에서 처연히 사라질 때
그 꽃이 다시 피기까지 울음 울던 나는
결코 영랑이 아니었다.

영랑은 그해 모란을 봤으련만
나는 이듬해 봄에도 모란을 못 봤으니


모란의 꽃순이 돋기 전
붉은 동백꽃이 떨어지던 곳,
아비의 누운 자리에 봉분 추 막대를 쥐고 서서
무너지던 내 꿈도 함께 묻혀 버렸다.

세월이 강물처럼 흐르고 난 지금
왜 또다시 나는
그 시절 봄의 스산한 바람에 영혼을 떨까!

2012.05. 글 / 리뉴얼 2024.04. ​